탐정사무소 [책과 삶] 지구를 ‘살 만하게’ 리모델링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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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대학교의 과학사 교수이자 생물철학자인 저자는 ‘환경이 생명을 만들었다’는 관점을 뒤집어 “생명이 ‘살 만한’ 지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38억년 전 탄생한 유기체, 남세균은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내뿜었다. 산소는 수십억년간 쌓여 대기를 형성하고 지질을 변화시켰다. 그사이 세포에 불과했던 생명은 분화를 거듭하다가 다른 존재로 변이했다. 행동과 사고를 할 줄 알게 된 존재는 대대로 유전적·문화적 특성을 전수하며 종(種)을 형성했다.
미생물-식물-새를 거쳐 인간이 속한 영장류까지. 저자는 생명의 나무의 큰 분기들을 짚어가며 이들이 지구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24년 최고의 논픽션 50선’에 오른 이 책은 저자의 ‘의식 3부작’ 완결편이다. 그는 전작 <아더 마인즈>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만난 문어의 의식을 탐구했고, <후생동물>에서는 동물 전반의 의식을 논했다.
이번에도 호주 샤크베이 등 각지에서 생명체를 관찰한 저자의 경험담이 녹아 있다. 그는 새들의 정교한 둥지 짓기에, 케냐 마사이 마라에서 본 치타 무리의 아름다운 연대에 감탄한다. 타종의 특출남을 말하면서도 인류가 지구의 지배적인 종이 된 이유를 인간의 문화와 언어에서 찾는다.
과학자가 아닌 과학 논문을 탐독한 철학자의 관점이라는 것이 독특하다. 그는 이 땅을 거쳐간 모든 생명체의 합주물인 지구에서, 인간이 비인간동물을 대할 때의 윤리적 태도를 제시한다. 지구의 환경을 전례 없이 빠르게 변화시키게 된 인류에게는 공존을 고민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가 저 동물로 태어난다면, 태어나기를 택하겠는가?’라는 기준으로 ‘살 만한 삶’이 생명체에게 보장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야구 선수에게 추석은 다른 세상 이야기에 가깝다. 빠르면 9월 중순 늦어도 10월 초,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향을 찾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
‘소년 장사’에서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된 SSG 최정(38)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아들 한호 군이, 올해는 딸 하영 양이 경기 전 시구를 할 만큼 훌쩍 자랐지만 아이들과 추석을 명절처럼 보낸 기억은 아직 없다. 어쩌다 홈 경기가 겹치면 아빠 보러 온 아이들과 경기장에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다.
추석을 앞둔 최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최정은 ‘추석하면 떠오르는 추억 같은 거라도 있느냐’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최정은 “추석보다도 결혼하고 처음 맞은 설이 생각난다. 저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와이프 혼자 저희 부모님 집에도 가고 친척분들도 다 인사드리러 다녔다고 하더라. 지금이면 제가 말렸을 텐데 그때는 서로 잘 몰랐고 어렵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도 아내한테 많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정말 대단하다 싶다”고 했다.
아주 어렸을 때만 해도 추석을 앞두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던 기억이 있지만, 야구를 시작하면서는 없는 일이 됐다. 최정이 여유로운 명절을 보내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요리라도 해줄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최정은 “지금은 할 줄 아는 요리가 사실 없지만 잘 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칼질은 할 줄 아느냐는 말에 “그건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요리를 잘하겠느냐고 했더니 최정은 “제가 간은 정말 잘 본다. 요리는 간을 잘 맞추는 게 기본 아니냐. 요리를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맛있게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최정으로 성장했으니, 요리에도 그런 자신감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졸 신인으로 프로 첫 발을 디뎠던 2005년만 해도 최정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불과했다. 수비에서 특히 약점이 많았다. 그러나 최정은 김성근 전 감독이 ‘대단하다’고 할 만큼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최정은 “힘들기는 했지만 그때는 하루 그렇게 훈련하고 나면 다음날 스윙이 좀더 날카로워지고 수비가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매일 야구장 나가는게 설레고 신났다”고 20년 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은 ‘텐션’을 매일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해 다른 노력을 더 하고 있다. 일부러 음악을 듣기도 하고, 야구 말고 뭔가 가슴 설레는 일을 생각하면서 경기를 준비한다”고 했다.
사실 최정이 가족과 정말 함께 해보고 싶은 건 ‘여름 여행’이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꿈도 꾸지 못했다. 최정은 “사실 겨울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눈도 별로 안 좋아한다. 여름을 좋아한다. 초록 빛깔 풍경이 좋다”면서 “겨울 비시즌 때는 한번씩 짬을 내서 가족 여행도 가는데, 여름은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여름 여행 역시 먼 훗날에나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최정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10억원 FA 계약을 새로 맺었다. 평생 처음 겪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고, 예년보다 부침도 심하게 겪었지만 여전한 홈런 생산성을 과시했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통산 500홈런 고지를 넘었고, 지난달 11일에는 10년 연속 20홈런으로 종전 박병호의 9년 연속을 넘어 새 기록을 세웠다. 기량은 여전하고, 야구할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최정은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선수로 은퇴를 해도 결국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프로 입단 후 거의 매년, 최정은 그라운드 위에서 추석을 보냈다.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추석 당일 경기에서 통산 타율 0.441(34타수 15안타)를 기록할 만큼 강했다. 지난해에도 추석 당일이던 9월17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때렸다. 정작 최정은 “빨간날 낮 경기는 컨디션 조절하는 게 힘들어서 별로 안 좋아했다”고 했다.
‘다행히’ 올해 최정은 추석 경기가 없다. SSG가 시즌 3위를 확정하면서 추석 당일인 오는 6일 예정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피했다. 최정은 인천에서 8일 예정인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한다.
‘중상류층’의 특권 대물림을 분석한 <20 vs 80의 사회>로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킨 리처드 리브스가 새로 던지는 불평등의 화두는 ‘남성 문제’다. 여성들에 비해 학업 성취도에서 뒤처지고, 정신 건강 문제로 더 많이 고통받으며, 훨씬 높은 비율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소년과 남자들’의 문제는 최근 극우화 현상과 맞물려 전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책은 사회 전반에서 목격되고 있는 남성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저자의 통찰에 각종 연구 결과를 엮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을 촉구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남성들이 겪는 불평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 불평등은 양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좌파인 사람들은 소년과 남자들의 문제를 인정하기만 해도 소녀와 여자들을 위한 노력이 약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은 제로섬 사고”라는 주장이다.
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하고 최상위 계층은 남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밑바닥의 남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는, 전통적 아버지 부양자 모델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개인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긍할 만하다. 교육 성취도와 경제 활동 등에서 여성들이 앞서나가면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선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직업 내 여성들의 비율을 늘린 것처럼, 건강·교육·행정·문해력(HEAL)과 같은 돌봄 영역에 남성들의 진출을 늘려야 한다는 식의 여러 정책적 제안도 내놓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문화 전쟁,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치며 당선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젠더 이슈가 진보·보수 갈등의 최전선이 된 상황에서 현재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만 책 자체가 미국적 상황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일부 논쟁적인 주장을 담고 있어 비판적 독서가 필요하다. 더 나은 성평등을 위한 논의에 생각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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