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카드, 관세 유예 연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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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유예 연장 이뤄지면양국 ‘주고받기 협상’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7월9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이 향후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얻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새 정부 협상의 첫번째 ‘고비’인데, 전문가들은 “미국과 각국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을 볼 때 연장을 얻어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2~27일 워싱턴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 겸 내무장관 등 미국 정부 인사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나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고위급으로는 처음 미국을 찾은 여 본부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조선, 군수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한·미가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정부 고위 관계자) 전략으로 미 인사들에게 대응했다. 한·미 공급망이 긴밀히 엮인 만큼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관세 면제·인하 등 예외조치가 미국 제조업 부활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실제로 그간 미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입 확대는 미국 경제에 보탬이 된 측면이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대미 무역수지 확대의 요인별 분석’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의 한국산 수입 증가분 중 절반은 미국 수요가 자체적으로 늘거나 중국산을 대체한 결과였다.
대미 협상 전략의 ‘큰 그림’이 드러난 가운데 첫번째 고비는 상호관세 유예 연장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와 협상할 수는 없다”며 “열흘 내에 혹은 아마도 그전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히겠다. 일부 국가는 관세를 내야 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노동절(9월1일)까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발언까지 감안하면 트럼프의 발언은 ‘협상 재촉용’으로 보인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재 각국은 상호관세 항소심과 향후 예고된 미국의 반도체, 정보기술(IT) 품목 관세 발표 때문에 협상을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흐름으로는 상호관세 유예 연장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아직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긴박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유예가 연장된 이후에는 한·미 간 ‘주고받기’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 국면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 본부장의 고위급 회담과 통상 실무진 간 3차 한·미 기술협의에서 한국의 비관세 조치와 관련한 구체적 요구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검역주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이상 수입,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 요구에) 농업 부문의 민감한 내용이 있다”며 “(통상 실무진 간) 3차 기술협의를 심도있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고정밀 지도 반출, 국내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 대한 해외 사업자 접근 제한 완화,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 완화 등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한·미 관세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를 30일 오전 개최한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상호 간에 균형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지가 협상 성패를 판단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며 “이제 무조건 지연이 아니라 능동적 전략이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6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타격하며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에 개입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란에 핵 포기를 압박하면서 추가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46년간 이란을 적성국으로 여겼으나 본토를 공습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트럼프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군의 이란 공습이 “엄청난 군사적 성공”이었다며 “이란의 주요 우라늄 농축시설은 완전하고도 전적으로 제거됐다”고 말했습니다.
23일자 1면 사진은 트럼프가 이란 핵시설 공습이 끝난 뒤 대국민 담화를 하는 장면입니다. 공습 피해를 입은 이란 본토 핵시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들어오면 트럼프 사진을 밀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외신 사진기자가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핵시설을 타격했는데 이를 찍겠다고 달려들 기자는 없겠지요. 이건 전장에서 카메라를 드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미국의 위성사진을 기다렸습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증거로서의 위성사진은 트럼프 정부를 위해 재빨리 제공되어야 했습니다. 예상대로 사진이 일찌감치 제공됐습니다만, 파괴의 규모가 잘 드러나지 않아 1면에 쓰지는 않았습니다.
■6월 24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란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고 미국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습니다. 미국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협해왔다며 핵시설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주유엔 이란 대사는 회의에서 “국제적으로 수배 중인 전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시 한번 미국을 값비싼 전쟁으로 끌어들였다”며 “미국은 네타냐후를 보호하기 위해 무모하게 자국 안보를 희생하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해체하고 세계 최악의 테러 지원국이 제기하는 핵 위협을 중단시키기 위해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엔헌장에 명시된 집단 자위권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1면 사진은 안보리에서 이란 대사가 미국의 자국 핵시설 공격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장면입니다. 한 자리 건너 미국 대사가 앉았습니다. 여러 장의 사진 중에 이 사진을 고른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 눈치를 채셨나요? 이란 대사가 발언하는 동안 미국 대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뉴스를 검색했는지, SNS나 문자를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중해 듣고 있지(싶지) 않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사진의 꼼꼼히 들여다보고 이를 찾아내셨다면, 사진 게재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겁니다.
■6월 2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동의하면서 지난 12일간 2000명 이상 사상자를 낸 양국의 교전이 일단 봉합됐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 합의 후에도 미사일을 주고받아 살얼음판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날 중동의 긴장 완화 기대감에 코스피지수가 3% 가까이 올라 3년9개월 만에 3100선을 회복했습니다. 코스피 종가가 3100선을 웃돈 것은 2021년 9월27일 이후 처음입니다.
1면 사진은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종가입니다. 코스피가 3100이 넘었다는 걸 이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은 없습니다. 코스피가 폭락하든, 폭등하든, 3000을 넘든, 5000을 찍든 이 사진만 한 게 없습니다. 자주 지면에 등장하는 주요 취재 장소입니다. 홍보 효과를 얻는 은행 측의 필요와 매체 사진기자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는 곳입니다. 전광판의 숫자이지만 저 숫자 안에는 국내외의 굵직한 현안과 복잡한 관계들이 들어앉아 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6월 26일
‘초가속 시대의 도전-공포를 넘어 희망으로’를 주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5 경향포럼>이 열렸습니다. 최신 인공지능(AI) 기술 사례와 연구동향을 확인하고, 사회학자·철학자 등과 함께 인류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센터장은 현재 속도 그대로 기술 발달이 10년 더 이어지면 기술 발달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 불평등이 심화하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AI라는 강력한 힘, 권력을 활용해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면서 “기술 발달을 인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기업, 더 많은 이들이 ‘이 혁명’에 참여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장은 “무조건 AI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AI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개개인에게 선택지를 주는, 실패하거나 어러움에 빠지더라도 금세 회복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10년 뒤 AI 기술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총장은 “인류 사회가 공동의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갈 것”이라며 “(공동 협력을 위해) 교육기관이 인문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1면 사진은 지나 네프 센터장이 강연하는 모습입니다. 웬만해선 어떤 사진도 회사 구성원들이 공들여 준비해 주최하는 포럼 사진을 밀어내지는 못합니다. 이날 1면 사진은 수월하게 골라졌습니다.
■6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직무를 시작한 지 22일 만에 다시 국회를 찾아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한 겁니다. 대통령은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로를 당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1면 사진이 될 건 분명했습니다. 후보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는 사진, 국회의장석 앞 단상에서 연설하는 사진, 연설 후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진마다 1면 후보가 될 자격이 있으면서도 조금씩 모자라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1면 사진이 결정되는 과정에는 사진의 장점보다는 모자라거나 아쉬운 부분을 부각해 탈락시키는 방식이 적용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기본적이고 익숙한 사진이 채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시정연설이니 연설을 하는 장면이라면 1면 사진 자격에 태클을 걸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허수아비를 앉혀 놓아도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모두가 그의 심기를 살펴 ‘○심’ 경쟁이 일어나고, 허수아비는 자신이 초인적 능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한다. 허수아비를 데려온 사람들은 허수아비를 숭배하고, 허수아비는 그들로 공직을 채운다. ‘○심’이라는 단어에 인플레이션이 생겨 ‘진○’과 ‘찐○’이 생겨난다. 허수아비는 아니었지만 당내 기반이 없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국 국민을 ‘계몽’하려고까지 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내 기반이 탄탄하고 당선 전에 이미 자신의 세력을 공고히 구축했다는 점에서 허수아비나 윤 전 대통령과는 딴판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오히려 거기에 있다. 지난 정권 초기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윤심’을 다투며 ‘진윤’과 ‘찐윤’을 구별했듯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명심’ 경쟁이 치열하다. ‘진명’을 건너뛰어 ‘찐명’이 회자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전에 이미 당권을 장악했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들이 당을 떠나 당내에는 이 대통령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 정당 민주주의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제1야당인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력조차 없다. 내란 정당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성찰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영국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액턴 경은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절대 권력의 저주다. 준비된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권력은 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 여부는 이 저주를 어떻게 피하느냐에 달렸다. 이 대통령 스스로 자제하고 현명한 통치력을 발휘해 이 저주를 피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조정과 통합의 정치를 주장하고 당선 직후 첫 국무회의에서는 국민의 대리인임을 강조했다. 국민에게는 대리인으로서 올바른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리더로서 국민 위임을 받아 조정과 통합의 정치를 이룩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고 공직자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를 갖췄다.
하지만 액턴 경의 격언은 권력자 스스로는 절대 권력의 저주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제도적으로 권력 분립을 보장하거나 현실적으로 견제 세력이 존재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권력 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하므로 제도적 요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실 정치에서 견제 세력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조차도 여의치 않다.
다행히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먼저 견제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과반을 획득해 당선되었다면, 여당이 의회 다수를 장악하고 제1야당이 무력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그야말로 거칠 게 없을 것이다.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지지표를 통해 국민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신뢰와 견제를 동시에 표현했다. 다른 한편으로 탄핵 정권의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40% 넘는 지지표를 줘 견제 역할을 맡기고자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이것은 오히려 계륵이 된 듯하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견제 세력으로 빠르게 거듭날 기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언론과 시민사회다. 정당이 견제 역할을 상실한다면 언론과 시민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당 민주주의가 발전한 서유럽에서 언론과 시민사회는 정당이 약해질 때 정당 역할까지 수행함으로써 ‘제2의 정당’으로 불린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정당보다 국민에게 더 가까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소리를 더 잘 대변할 수 있다.
절대 권력의 제도적 온상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우리는 ‘계엄’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경험했다. 그 계엄에 대한 탄핵을 통해 태어난 새 정부는 제도적 근원을 제거할 소임을 갖는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권력의 저주가 시작되기 전에 권력 구조를 비롯한 제도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과 시민사회가 이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정부와 여당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토씨 같은 정치인을 원한다. 토씨는 체언·부사 혹은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의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 뜻을 도와주는 품사를 말한다. 중요한 체언은 주권자인 국민이다. 토씨는 단지 체언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주어로도 만들고 목적어로도 만들어 그 격을 결정하고, 체언과 체언을 연결한다. 그러면서도 조사의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대리와 통합의 정치가 토씨의 정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언론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지난 27일 찾아간 전북 부안군 변산면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 옆 생태공원. 길게 늘어선 금계국과 샤스타데이지가 활짝 핀 꽃밭 한쪽에 나무로 된 게시판같은 게 보인다. 나무판을 자세히 보니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다. 구멍 속으로 이내 벌 한 마리가 천천히 몸을 들이민다. 이곳이 바로 야생벌을 위한 집, 부안군이 설치한 ‘비 호텔(bee hotel)’이다.
비 호텔 주변으로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방문객 중 한 명이 “이 벌들은 혼자 살아요. 집단으로 다니지 않아요”라고 설명하자,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30일 부안군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야생벌 붕붕이를 지켜주세요’라는 이름으로 ‘생물 다양성 보존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부안군의 제1호 고향사랑지정기부 사업이기도 하다.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고향사랑기부 사업을 하는 건 최초다.
프로젝트 참여 답례품으로는 부안에서 생산한 야생꿀과 생태 체험 꾸러미를 준비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5개월 만에 8012만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부안군 전체 고향사랑기부금의 10%를 넘어섰다.
프로젝트는 군청 직원들이 몇 달간 교육을 받고 머리를 맞대 준비한 결과물이다. 박옥선 부안군 고향사랑협력팀장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참여와 연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 호텔 설치는 쉽지 않았다. 꿀벌과 달리 홀로 살아가는 야생 벌의 생태는 주민들에게도 낯설었다. ‘벌’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결국 첫 비 호텔은 주변에 민가가 적은 새만금간척박물관 공원에 설치됐다. 시간이 지나며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부안 상서면에 사는 임세준씨(55)는 “해를 끼치지 않고 식물에 수분을 준다길래, 집 근처에 설치해볼까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인간이 먹는 식물의 70%는 곤충의 수분 활동 덕분에 자란다. 농약,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로 특히 취약한 야생벌은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야생벌의 생존은 꿀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안군은 지역 사회적기업 ‘어반비즈’, 로컬 스타트업 ‘시고르청춘’과 손잡고 야생벌 생태 교육, 캐릭터 개발, 생태 체험 꾸러미 등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앞으로는 기부자 생태캠프, 밀원수(벌이 좋아하는 식물) 심기, 학교·마을·공공부지로의 비 호텔 설치도 계획 중이다. 박 팀장은 “작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 지역과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며 “생태 중심의 연대가 지방소멸 시대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열쇠”라고 밝혔다.
새만금 비 호텔은 약 1만 마리의 야생벌을 수용할 수 있다. 부안군은 2027년까지 비 호텔을 총 3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생물 다양성 보존 기부 프로젝트’의 내년까지 목표 기부액은 3억원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난해부터는 특정 사업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게 되면서 각 지자체가 개성 있는 프로젝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고향사랑기부금은 8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서울에서 참여한 기부자 박시와씨(42)는 “특산물보다 의미 있는 일에 기부하고 싶었고, 붕붕이를 통해 그걸 찾았다”며 “기부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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